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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상행 국토종주 1일차 2024년 9월18일(수) 부산출발 > 대구도착

by mrmuscle 2024. 9. 23.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국토종주를 실행하는 날이 밝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8일 수요일 출발하여 4박 5일 일정으로 일요일 도착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금, 토 이틀은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 걱정이 되지만 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출발한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옷을 갈아 입고 전날 저녁 챙겨둔 가방과 자전거를 챙겨서 바로 집을 나서는 나를 와이프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배웅해 준다. ㅎㅎ

그렇게 새벽5시15분 엘리베이터를 탔다.

 

동이 텃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해는 뜨지 않아 길이 어둡다.

라이트를 밝혀서 길을 비추고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낙동강 하굿둑을 향해 간다.

 

이 길은 내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길이라 수천번을 다녀본 길이지만 오늘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첫 인증 도장을 찍고 드디어 진짜 국토종주를 시작한다.

 

가는 길이 순조롭다. 날씨도좋고 바람도 좋고 경치도 좋고... 모든 게 다 좋다.

 

연습차 많이 다녔던 물금자전거길을 지나 양산 물문화관에 도착했다. 익숙한 길이라 그런지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다.

 

국토종주 후기를 보면 낙동사막이라는 표현을 많이 봤는데 이번 국토종주를 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정말 기가막히게 딱 맞는 표현이다.

 

낙동사막 어딘가에서 가방에 얼음물을 꺼내기 위해 잠시 정차했다.

 

이번 국토종주에 프레임가방과 백팩만 착용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듯하다.

특히 백팩에 얼음생수 2개를 넣어서 다녔는데 다니면서 잠깐식 목이 마를 때 얼음물을 마시면 정말 체력이 원상회복 되는 진기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백팩을 등에 매면 등이 얼음 때문에 시원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느낌으로 라이딩이 가능했다.

 

추석명절에 이렇게 더운 날씨는 처음이라 다들 어려워하는데 난 사실 너무 좋다. 추운 건 질색이라 겨울이 정말 싫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쥐 라며 처음엔 국토종주를 여름휴가기간에 잡았다가 와이프한테 등짝 스매싱을 받고 일정일 미뤘었다.

무더운 여름 땀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면서 어느덧 3번째 인증장소인 창녕함안보에 9시 30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옆 건물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편의점이 있어 얼음생수도 보충하고 간단하게 먹을걸 좀 구입했다. 

 

인증센터마다 편의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다녀보니 없는 곳이 훨씬 더 많았다. 더욱이 낙동사막구간엔 인증센터 간 거리가 멀어서 보급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찹쌀떡 한 봉지를 구입해서 먹었다. 인스턴트커피가 아니라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라 맛이 꽤 좋았다.

 

에어컨 바람에 추워질 때쯤 다시 출발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 가는 내내 눈이 호강한다.

 

라이딩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물을 마셔본 적이 없다.

물을 마시면 땀으로 배출되니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다. ㅋㅋ

 

땀으로 샤워해 본 자의 모습... 이 날의 기온이 41도까지 찍혔었다.

 

왜 이리 땀이 많이 날까 싶었는데 오르막길을 오르고 보니 여기가 그 유명한 구름재였구먼...ㅋ

구름재는 인증 필수구간이 아닌데 기념으로 인증수첩 한켠에 도장을 찍었다.

 

유명한 구름재 낙서... 난 이름을 적지 않았다.

 

가면서 엉덩이가 타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멈춰서 불이 났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온도계가 41도를 찍고 있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합천창녕보에 도착했다.

 

등에 맨 얼음도 다 녹아서 여기에 편의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좌절... 다행히 건물 안 로비에 에어컨과 정수기가 있어서 물보충을 할 수 있었다. 더위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로비 안 밴치에 잠시 몸을 뉘어 숨을 돌린다.

 

첫날에 날씨도 덥고 오르막길이 많아서 무지 힘들었다. 하지만 국토종주기간 동안 무정차 무끌바를 성공해서 무지 뿌듯하다. 어딘지도 모르고 네비가 시키는 대로만 올라가다 보니 나타난 절을 보고 아... 이곳이 그 유명한 무심사구나 싶었다.

 

자전거를 새워두고 잠시 경치 감상을 하다가 다시 출발한다.

 

물도 다 떨어져서 큰일이다 싶었는데 마침 나타난 무인매점을 보고 안도하고 들어갔는데... 생수는 다 팔리고 없네...

 

아쉬운 데로 무인매점에 남아 있는 것들을 털어서 보충해 주고 다시 달린다. 체력이 딸리기 시작한다. 첫날에 너무 무리하는 듯 하지만 그래도 날이 아직 밝아서 계속 달린다.

달성보인증센터 도착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고령보까지 가보는 걸로...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고령보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인증수첩에 도장하나 빠지는 게 싫어서 무리해서 고령보까지 찍었는데 정말 무리였나 보다. 온몸이 아프다. 

 

생뚱맞게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네...ㅋㅋ 후기에서 봤던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연락을 하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숙소로 간다.

 

디아크 문화관을 지나 조금만 가면 숙소가 나온다.

 

드디어 숙소 도착 후 짐을 풀고 샤워를 하는데 온몸이 스쳐도 아픈 수준... 이런 느낌 처음이다. ㅎㅎ

 

숙소는 후기와는 다르게 가격에 비해 그닥 좋은 점을 느낄 수는 없었다. 단지 자전거 보관과 세탁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침대도 없고 칫솔과 같은 어메니티도 없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오질 않아 샤워를 하면서 좀 심란했다... 담엔 꼭 욕조가 있는 모텔을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으니 몸이 훨씬 개운하다. 옷을 모두 벗어 세탁기를 돌려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 식당을 찾아본다.

 

힘든 라이딩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200킬로가 넘는 첫 라이딩에 41도까지 치솟는 폭염을 경험한 후 마시는 시원한 첫 맥주의 맛은 오죽했을까... 한잔에 모든 힘든 기억들을 모두 지울 수 있었다.

 

1일차 요약

주행거리 : 202.11km

주행시간 : 9시간52분